일자 2024.10.22 조회 192
파나마 운하 “선박 통과는 줄었는데, 수익은 증가했다?”
가뭄 위기 속 파나마 운하청의 전략적 승부수
통행료 인상과 효율성 제고로 이뤄낸 역설적 성과
최근 파나마 운하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발생한 심각한 가뭄으로 인해 전체적인 선박 통과량은 줄었지만, 오히려 수익은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이 역설적인 상황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2023년, 파나마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강수량 부족으로 운하의 수위가 크게 낮아진 것입니다.
세계기상귀속(World Weather Attribution) 연구팀에 따르면, 2023년은 파나마 운하 유역에서 기록상 가장 건조한 해 중 하나였습니다.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파나마의 강수량이 약 8% 감소한 것입니다.
가뭄은 2023년 초부터 운하의 수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으며, 2023년 말에는 최악의 상황에 도달했는데요, 당시 파나마 운하청은 2024년 2월까지 통과 선박 수가 최대 50%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고, 이와 동시에 2023년 11월에 25척으로 줄였다가 2024년 2월에는 18척까지 줄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상황은 가툰 호수의 수위 변화를 보면 가뭄의 심각성을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최근 5년간 가튼 호수의 수위 변화
연도 | 평균 수위 (피트) |
---|---|
2020 | 85.3 |
2021 | 84.7 |
2022 | 83.9 |
2023 | 81.2 |
2024 | 79.8 (예상) |
이 데이터를 보면 가툰 호수의 수위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특히 2023년과 2024년에 수위가 급격히 떨어졌죠.
이처럼 통과하는 배가 줄어드니 당연히 수익은 줄어들게 될 것 같았습니다. 파나마 운하청의 Ricaurte Vásquez 청장은 2024 회계연도에 6억~8억 달러의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고, 실제로 2024년 10월, 11월, 12월 각각 1억 달러씩 통행료 수입이 줄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파나마 운하가 전 세계 해상 무역의 약 3.5%를 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상황은 전체 해상 무역의 약 1%에 해당하는 물동량이 지연되거나 다른 경로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파나마 운하청이 발표한 2024년 회계연도(2023년 10월 1일부터 2024년 9월 30일까지) 결과를 보면 예상과 달리 수익이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2023년보다 9%나 증가한 35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체 선박 통과량이 전년 대비 29.4%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달성한 놀라운 결과입니다.
파나마 운하청(ACP)의 2024년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선박 통과량은 전년 대비 29.4% 감소한 9,926척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컨테이너선의 통과량은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2,733척으로 단 14척만 감소했으며, 이는 0.5%의 미미한 감소율입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2014년에 개통된 신파나막스(Neo-Panamax) 갑문을 통과한 컨테이너선의 수가 오히려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1,787척으로 2023년 대비 2.1% 증가했습니다. 이로 인해 전체 통과 선박 중 컨테이너선의 비중이 약 20%에서 26%로 증가했습니다.
선박 유형 | 2023년 6월 대기 시간 | 2023년 9월 대기 시간 | 변화율 |
---|---|---|---|
컨테이너선 | 0.23일 | 0.11일 | -52.2% |
일반 화물선 | 3.21일 | 9.36일 | +191.6% |
건조 벌크선 | 2.81일 | 8.67일 | +208.5% |
해운 분석기관 Alphaliner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컨테이너 선사들이 아시아-미국 동부 해안 노선을 중심으로 14,000 TEU급 신파나막스 선박을 대거 투입하면서 새로운 갑문의 인기가 높아졌습니다. 2024년에는 파나마 운하를 통과한 컨테이너선 중 63%가 신파나막스 갑문을 이용했는데, 이는 2023년의 48%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Alphaliner는 “자금력이 풍부한 컨테이너 선사들이 가뭄 기간 동안 운하청이 도입한 더욱 엄격한 예약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이 시스템에는 고가의 경매 슬롯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반면 다른 선박, 특히 건화물선들은 우회 경로를 선택하면서 더 많은 슬롯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파나마 운하청의 Ricaurte Vásquez 청장은 파나마 증권거래소의 2025 투자자 포럼에서 “선박이 사용하는 갑문을 기준으로 다른 가격 구조를 설계하여 물 사용에 대한 가치를 설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다른 국가들이 석유나 광물에 경제적 가치를 매기듯이, 우리는 가툰 호수의 담수에 경제적 가치를 매겼다”고 덧붙였습니다.
Vásquez 청장은 뉴욕 해사 포럼에서 가뭄에 대응한 효율성 개선 조치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파나마 운하의 운영은 가툰 호수의 수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2023년의 심각한 가뭄으로 인해 수위가 크게 낮아져 선박 통과량을 제한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파나마 운하청(ACP)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응하여 다음과 같은 수자원 관리 전략을 실행했습니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2024년 초의 강우량 증가로 수위가 일부 회복되면서, ACP는 현재 일일 35회의 통과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설계 용량인 36-38회에 근접한 수준으로, 가뭄 상황에서 상당한 개선을 보여줍니다.이러한 수자원 관리 전략은 파나마 운하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제한된 자원 하에서도 최대한의 선박 통과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수익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러한 전략들의 결과로 파나마 운하청은 통행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2024년 수익이 9% 증가한 35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도의 32억 달러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파나마 운하청의 전략은 단기적으로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이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통행료 인상과 선별적 우선순위 전략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합니다.
또한, 이러한 전략이 글로벌 해상 무역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합니다. 파나마 운하의 통행료 인상과 통과 제한은 전 세계 물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소비자 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파나마 운하청은 앞으로 수자원 관리, 기술 혁신, 대체 경로 개발 등 다각도의 접근을 통해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국제 사회는 기후 변화가 주요 무역 경로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파나마 운하의 사례는 기후 변화 시대의 인프라 관리와 경제 정책이 얼마나 복잡하고 도전적인 과제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입니다.
출처 : 트레드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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